2009년 첫 대회인 호주 ANZ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빈 모자를 쓰고 출전한 '골프 지존' 신지애(21)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SBS오픈에서는 '미래에셋' 로고를 달고 출전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옥에서 신지애의 아버지 신재섭(49)씨와 후원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세계 최정상급인 신지애의 실력 뿐 아니라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서는 착한 심성과 겸손한 태도 등이 회사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 맞는다"며 "회사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경기를 치르는 신지애는 "든든한 후원자가 생겨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8일 ANZ레이디스마스터스를 마친 뒤 곧바로 SBS오픈이 열리는 하와이로 날아갈 예정인 신지애는 인천국제공항 환승 과정에서 미래에셋 로고가 달린 모자와 옷을 건네받을 계획이다.
이로써 3년 동안 후원했던 하이마트와 지난달 결별했던 신지애는 짧았던 '무적(無籍)' 신세를 청산하고 LPGA 투어 무대 제패에 커다란 힘을 보태게 됐다.
계약조건은 1년에 10억원의 후원금과 최대 5억원에 이르는 인센티브 등 연간 15억원이며 계약 기간은 5년이다.
인센티브는 LPGA투어 대회 우승 때 상금의 50%, 2∼5위 입상 때 상금의 30%를 지급하되 1년에 5억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또 신인왕이나 상금왕, 최저타상, 올해의 선수상 등 타이틀을 따면 인센티브와는 별도의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적어도 5년 동안 50억원, 최대 75억원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받는 것이다. 타이틀을 따면 받는 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모자와 가슴 등에 로고를 다는 대신 어깨나 소매, 가방, 클럽 등에 다른 기업이 서브 스폰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 신지애의 후원금 수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에셋은 모자 정면, 모자 오른쪽 측면, 상의 왼쪽 가슴과 소매 등 4곳에 로고를 달고 모자 왼쪽 측면, 상의 오른쪽 가슴과 소매 등은 서브 스폰서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하이마트와 결별하면서 그동안 써왔던 일본골프클럽 PRGR과 클럽 공급 계약도 해지했던 신지애는 로열콜렉션 등 다양한 클럽을 시험하면서 클럽 계약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주무대로 삼아 뛰면서도 상금 수입만 50억원에 육박했던 신지애는 올해부터 상금 규모가 큰 LPGA 투어에 진출하는데다 각종 기업 후원금을 보태면 연간 100억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 슈퍼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신지애가 특급 후원계약을 이끌어내면서 후원자를 찾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의 스폰서 계약의 물꼬를 트는 '후광 효과'도 기대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중순 공식 조인식을 갖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고객에게 막대한 투자 손실을 안기고도 골프 선수 후원에 거액을 쏟아붓는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해외 영업 강화를 위해 광고비를 쓰는 것보다 신지애 선수 후원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폰서 계약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매니지먼트사를 영입했던 신지애의 부친 신재섭 씨는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이번 계약을 성사시켜 상도의를 어겼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